3개월 스타트업 개발자 인턴을 마무리하며, 느낀점

인턴의 시작
지난 23년 겨울, 나는 실험실 자동화 도메인을 다루는 스타트업의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입사를 했다. 그리고 24년 2월 26일, 나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첫 스타트업에 대한 도전의 시간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도전적인 일,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일, 불합리한 일 등 좋고 힘든 일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말 재밌었다.(무진장 힘들었지만..)비록 이번에는 아쉽게 됬지만, 또 도전해보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작성하는 이 시점에는 아쉬움의 감정이 정말 많이든다.
지인이 보내준 유튜브 영상은, 이 기업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대표의 분명한 목표와 실행력, 이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이곳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보았는데(개인SNS까지 봤으니 말다했다.) 보면 볼수록 진짜 마음이 마구 끓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첫 스타트업에에 대한 도전은 명백한 실패이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3개월 경력은, 정말 큰 실패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이번 퇴사를 주변 가족과 지인들에게 공유했을 때, "3개월만하고 나오면.." 의 말을 정말 많이, 그리고 가장 먼저 들은걸 보면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실패가 그렇듯, 나에게 많은 배움과 교훈을 주었다. 이에 더해,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사람을 얻었고 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후회남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나는 만족한다.
특급 신입
나는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정확하게는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내부 소통의 오류로 인해 인턴(수습의 개념) 이 후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규직이 아닌 인턴에서 종료되게 된 이유는 회사에서는 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커피챗과 면접에서는 이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으나, 나중가서야 특급 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의 회사는 주니어 보다는 시니어 이상의 수준을 원했다.
회사에서는 특급 신입을 원했다. 특급 신입은 신입이지만, 신입 수준을 넘어 선임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혹은 그 이상) 사람을 의미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본다면, 기술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자, 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신이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신입이었을까
지난 3개월간 나는 대부분 기존 프로젝트의 문제와 이에대한 개선사항 제안, 리팩토링, 리뉴얼 주도 작업을 진행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지금도 그리고 아직도 해당 업무를 이제 갓 입사한 인턴이 한다고 하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지어 사전에 대표와 이야기된 업무는 이 업무가 아니였다.
이야기 된 업무는 MSA 의 시작으로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기획 +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면서, 나는 당장 바로 보이는 문제점들이 보였다.
- 개발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개발은 계속해서 지연된다.
- 신규 기능 개발을 하면, 기존 동작에 대한 정상 작동을 예측할 수 없고, 기존 동작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 시스템에러와 장애는는 계속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안된다. 파악이 안된다.
- 투자사, 고객사들에게 데모를 시연할 때, 데모용 환경과 개발환경이 섞여 시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코드는 구현에 의존했고, 새로운 기능을 붙이기 어려워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려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무슨이유로 진행하는 것인지 파악할 때, 지금 이 프로젝트를 하다고해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생각이 든 다음부터는 진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문제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면, 해당 내용을 기록하고, 찾아가 질문을 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것 같은데, 혹시 이런 문제는 없었어?"
실제로 개선해야할 사항으로 인식을 하고 있었고 리팩터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해당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안했다. 물론 기존 업무 예정이었던 서비스 개발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면서 말이다.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책을 제안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전 이야기된 업무가 아닌, 리팩터링 및 리뉴얼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막상 이렇게 정리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하다. 아, 이런 말들은 많이 들었다. 열정 넘친다, 집좀가, 회사에 애정이 많네 등등.. 꽤나 피곤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인턴의 종료
나는 24년 2월 26일 부, 인턴을 종료했다. 이 기간동안에는 개발(문제인식 - 해결책 제안 - 개발)이외에도 다방면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계약 종료 3일전 갑자기 1개월을 연장하자는 일, 개발 종료 3일 전 평가 기준이 바뀐 일 등등.. 꽤나 쉽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기존 계약 종료 3일 전, 일방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원하는 결과물의 형태를 못봤으니 연장해야겠다.)로 기존의 계약이 틀어진 일은 특히 힘들었다.
계약 변경, 인턴 계약 연장 1개월
중간 피드백을 거쳐, 어느덧 수습 기간(인턴기간)이 종료되기 3일전, 인턴 연장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는 원하는 결과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원하는 결과물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합리적이지 못했다라기 보다는,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이를 좁혀가기 위해 노력한 내 노력을 무시받는 것 같아 정말 속상했다. 이외에도 다른 물리적인 제약(나를 제외한 소트프웨어팀 전체의 1주일 출장, 프로젝트의 변경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내가 이뤄낸 다른 결과물(아키텍처 및 개선사항 제안 및 해결책 제시, 소프트웨어 문서 작성, CI 작성 등에 대한 내용)은 존중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연장간 원하는 조건은 2주안에 서브도메인에대한 리뉴얼을 완료하는 것이었다. 리뉴얼에 대한 완료 작업에는 기획에서 부터 결과까지에 대한 문서 작성 및 발표가 포함되어있었고, 나는 이때부터 회사에서 나를 시험한다는 것 보다는 절대적으로 쳐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완전한모든 부분을 리뉴얼 하지는 못했다. 직전까지 다왔는데, 마지막 3일전 기준이 바뀌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사건으로 인해 내가 무너지고 말았다. 최종 결과물에 대한 발표는 다른 동료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으며 성공적(?) 으로 끝났으나, 결과는 인턴의 종료였다.
최종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
운이 좋게도(?) 최종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과 진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최대한 우리 프로젝트에 녹여내는 것과 현재의 소프트웨어 팀의 코드 뿐만아니라 개발 과정에 대해 개선할 부분에 대한 제시하는 것이 좋았음
- 바이오와 로봇이라는 생소한 도메인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서로 작성해줘서 고마움
- 유지보수성과 확장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대한 가이드가 좋았으나, 이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것 같음
- 지금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 그 이상으로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 파해치고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다.
- 협업 과정에서 "설득"의 과정이 부족함
세상에 멍청한 질문은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피드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씩 천천히 곱씹어보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내 장점과 부족한 점을 얻어갈 수 있었다.

3개월 간의 기간을 통해 배운 것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서, 어떤점이 내 강점이고, 어떤 점이 내가 개선해야하고 또 채워나가야 할 부분인지 내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알게되었다.
나의 강점 1. 주도적인 태도
나는 시켜야 움직는 사람이 아니다. 무슨일을 해야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무슨일을 할꺼야!" 하고 외치는 사람이다. 이런 주도적인 삶에 대한 태도는 아침에 눈을 부릅뜨게 만들고, 일찍 가서 늦게 집에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삶에 주도적이라고 해서, "시킨일은 안해!"와 같이 주도되는 상황을 회피하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좋다. "이 일 하세요." 하면 나는 신나서 하고, 이렇게도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할 생각에 한껏 들떠있을것이다..!
나의 강점 2. (모든 것에 대한)열정과 열린 마음
어느 곳에서나 공통적으로 듣는 말중에 나는 "열정맨" 이라는 키워드로 불리곤 한다. 사실 나는 열정 보다는 열린마음을 가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더 하고 있는데, 이것이 에이블랩스에서 장점이 되었던 것 같다. 내 의견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에 대해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제안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나의 단점 1. PR 능력이 부족하다.
이번 기간동안 스스로 파악한 개선해야할 영역이라 생각하는 부분이다. 나는 현재 PR 능력이 부족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상에 대한 고려와 전략이 부족하다.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문제를 파악하고, 또 개선을 제안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많은 도전을 했다. 특히 소프트웨어영역 뿐만아니라, 우리 서비스의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위한 티켓을 만들어 제안을 해본 경험은 내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사내에서는 매주 수요일 회사의 프로덕트에 대한 내/외부 피드백을 종합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토론한다. 내가 티켓을 제안 했을 당시, 예상 독자들은 회사의 프로덕트에 대한 개선의지가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문서를 읽고 미팅에 참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긴 문서를 보면 불편해했다.
나는 티켓을 제안했던 경험을 통해, 문서가 좋은 PR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이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나만의 문서 말고는 PR을 할 방법을 몰랐다.
나의 단점 2.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나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용자(누가되었든)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문제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중점적으로 했다. 이것이 나쁘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도 균형이 중요했다.
이번 경험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문제에는 직면한 문제, 아직 식별되지 않은 문제,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직면한 문제보다는 아직 식별되지 않은 문제를 식별한 문제로 전환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방하면서 식별되지 않은 문제를 식별하며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안했다.
직면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보다는, 직면한 문제의 진짜 원인이 뭐지? 라는 생각으로 인해 식별되지 않은 문제를 식별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이곳에서는 적합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눈에 보이는 문제보다, (중요한)사람이 외치는 소리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일단 그거 해결하고, 그 다음에 보이는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을 제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3개월 인턴을 마치며, 느낀점
이번 인턴 경험을 통해 예측했던 것보다 더 많고 다양한 사건사고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입사 부터 엇나갔던 것을 보면 나와는 지금 잘 맞지 않은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3개월동안 좋은 일, 좋지 못한 일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솔직하게 중간에 무너질뻔 한 적이 몇번 있었다.
다른사람들은 게임이나 하고 있는데, 내게 열심히 외친다고 개선 될 수 있을까?, 잘못된 것을 이대로 두는게 맞을까?, 현실은 인턴이고 고작 사원인 주제에 내가 주제넘는 것은 아닐까?, 후반부에는 누가봐도 나가라는 말과 대우를 받으면서 내가 억지로 있는게 맞을까? 나 답지 않게 꽤나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했었다. 하지만 이럴 때면, 다른 팀의 리더이자, 인생의 선배인 NY 의 조언으로 극복했던 것 같다.
잘못된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나도 잘못된 것이다.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직책이 필요없다.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물어본 뒤..) 프로젝트를 주도해보고싶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싶다. 이야기를 해본다면, 지금의 고민을 조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NY-
내 마음을 울렸던 이 말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다시 나를 바로 잡아주었다. 세상이 나를 억까(?)해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후회없는 3개월을 보낼 수 있었다.
주말을 포함한 계약 종료 2일전 계약 종료 통보를 받게되면서 나는 너무나도 갑자기 다시 취업시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취업 한파라는 이 세상이 겁이 나지만, "내 삶은 내가 주도해보고 싶다." 이 생각과 마인드면 이 어려운 세상에서도 생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